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 - 무라카미 류

 

무라카미 류 셀렉션

지금 빨간 머리카락을 등 뒤로 늘어뜨리고 허리를 굽힌 리리가 인형으로 보인다. 오래되어 곰팡이 냄새를 풍기는 인형, 끈을 당기면 똑같은 대사를 반복하는 인형, 가슴의 뚜껑을 열면 은색 전지가 몇 개 들었고 말을 할 때 눈에서 빛이 나게 제작된 인형. 푸석푸석한 빨강 머리카락을 한 가닥 한 가닥 심고 입으로 우유를 부어 넣으면 아랫배 구멍으로 끈적끈적한 액체를 흘리고, 바닥에 내동댕이쳐도 내장된 테이프만 망가지지 않으면 계속 말을 하는 인형. 류, 안녕, 나 리리야, 류, 잘지내? 나 리리야, 안녕, 류, 잘지내? 나 리리야, 안녕, 류, 잘 지내? 나 리리야, 안녕.

목 저 안쪽이 불타는 듯 메말랐다. 리리는 고개를 젓더니 남은 브랜디를 자신도 마시고, 이제 안 되겠어, 하고 중얼거린다. 나는 그린 아이스를 떠올렸다. 너, 검은 새 본 적 있어? 넌 검은 새를 볼 수 있어, 그린 아이스는 그렇게 말했다. 이 방 바깥에서 그 차 건너편에서 검고 거대한 새가 날고 있을지도 모른다. 검은 밤 그 자체와도 같은 거대한 새, 늘 보는 빵 부스러기를 쪼아 먹는 새처럼 하늘을 나는 검은 새, 다만 너무 크기 때문에 부리 사이의 구멍이 동굴처럼 창 건너편으로 보일 뿐, 그 전체를 볼 수 없을 거야. 내가 죽인 모기는 나를 전체적으로 보지도 못하고 죽었을 것이다.

전구가 빙글빙글 돈다. 새가 날아간다, 창 바깥을 날아간다. 리리는 어디에도 없다. 거대하고 시커먼 새가 이쪽으로 날아온다. 나는 카펫 위에 있던 글라스 파편을 주워들었다. 꽉 쥐고 떨리는 팔에 꽂아넣었다.

모기를 죽인 다음 묘하게 허기를 느끼고 냉장고에 든 차가운 닭튀김을 씹었다. 완전히 썩어서 혀를 찌르는 시큼한 맛이 머릿속까지 퍼져 나갔다. 목 안쪽에 달라붙은 끈적한 덩어리를 손가락으로 꺼내려는 순간, 한기가 온몸을 휘감았다. 한 대 얻어맞은 것 같은 격한 한기였다. 아무리 문질러도 목덜미에서 돋은 소름은 가시지 않고, 몇 번이나 물양치를 해도 입안은 시큼하고 잇몸이 미끌미끌하다. 이 사이에 낀 닭 껍질이 끝도 없이 혀를 얼얼하게 만든다. 토해 낸 닭고기가 침을 잔뜩 바른 채 진득진득한 덩어리가 되어 개수대 물 위에 떴다.

큰 튀김 조각 하나가 구멍에 걸려 내려가지 않는다. 슛, 소리를 내며 네 개의 작은 구멍에 달라붙었다. 내 이빨에 잘리고 침에 절은 끈적끈적한 덩어리에는 닭의 털구멍이 또렷하고, 몇 가닥 플라스틱 같은 털뿌리도 붙었다. 손에는 불쾌한 냄새를 풍기는 기름이 달라붙어 아무리 씻어도 냄새가 지워지지 않았다. 부엌에서 거실로 돌아와 텔레비전 위에 놓인 담배를 집으러 가는 사이에 무슨 말로도 표현하기 힘든 불안이 나를 휘감았다.

언젠가는 온갖 음식을 다 씹어 삼킬 수 있었다. 비단 빨리 먹겠다는 유치한 경쟁으로도 기호와 관계없이 냉연하게 전부 쑤셔 넣곤 했다. 지금이라면 끈적한 덩어리로 팽개쳐 질 것들, 잘못 물면 한동안 목덜미에 소름을 돋게 할 것들, 이 사이에서 끝도 없이 혀를 얼얼하게 만들 것들. 불쾌한 냄새의 기름이 흐르는 바닥은 검고 거대한 새의 부리 사이, 류, 안녕, 나 리리야, 류, 잘지내? 나 리리야, 안녕, 류, 잘지내? 나 리리야, 안녕, 류, 잘 지내? 나 리리야,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