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개츠비 - F. 스콧 피츠제럴드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75

지금보다 어리고 쉽게 상처받던 시절 아버지는 나에게 충고를 한마디 해 주셨는데, 나는 아직도 그 충고를 마음속 깊이 되새기고 있다. “누구든 남을 비판하고 싶을 때면 언제나 이 점을 명심하여라.” 아버지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이 세상 사람이 다 너처럼 유리한 입장에 놓여 있지는 않다는 것을 말이다.”

지난해 가을 동부에서 돌아왔을 때, 나는 이 세계가 제복을 차려입고 있기를, 말하자면 영원히 ‘도덕적인 차렷’ 자세를 취하고 있기를 바랐다. 나는 이제 더 이상 특권을 지닌 시선으로 인간의 내면세계를 오만하게 들여다보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15미터 떨어진 곳에 또 한 사람의 모습이 옆집의 그림자 속에서 나타나 두 손을 호주머니에 찌른 채 서서 은빛 후춧가루를 뿌려 놓은 듯한 별들을 바라보고 있는 게 아닌가.

그는 이상한 방식으로 어두운 바다를 향해 두 팔을 뻗었는데, 나와 멀리 떨어져 있기는 했지만 그는 확실히 부르르 몸을 떨고 있었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바다 쪽을 바라보았다. 저 멀리, 부두의 맨 끝자락에 있는 것이 틀림없는 단 하나의 초록색 불빛이 작게 반짝이는 것을 빼고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내가 다시 돌아다보았을 때 개츠비는 이미 사라진 뒤였다. 나는 어수선한 어둠 속에서 또다시 혼자가 되었다.

“나를 사랑하나요?” 그녀는 내 귀에다 대고 나지막하게 속삭였다. “그게 아니라면 왜 혼자만 오라고 했죠?”

“저 분홍빛 구름을 하나 가져다가 그 위에 당신을 태우고 이리저리 밀고 싶어요.”

집 안으로 들어가느니 차라리 지옥에 가고 싶은 심정이었다. 하루 동안 진절머리가 날 만큼 실컷 이 사람들을 보았고, 갑자기 그 사람들 속에는 조던도 포함되어 있었다.

철로가 꺾이면서 기차는 이제 태양에서 점점 멀어져 가고 있었다. 태양은 점점 낮게 가라앉으며 그녀가 숨 쉬었던, 점점 멀어져 가는 도시 위에 마치 축복이라도 내리듯 펼쳐져 있는 것 같았다. 그는 마치 한 줄기 바람이라도 잡으려는 듯, 그녀가 있어 아름다웠던 그 도시의 한 조각이라도 간직해 두려는 듯 필사적으로 손을 뻗었다. 그러나 이제 눈물로 흐려진 그의 두 눈으로 바라보기에는 도시는 너무 빨리 지나가고 있었다. 그는 그 도시에서 가장 싱그럽고 가장 아름다운 것을 영원히 잃어 버렸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하여 우리는 조류를 거스르는 배처럼 끊임없이 과거로 떠밀려 가면서도 앞으로 앞으로 계속 나아가는 것이다.

하루키가 왜 이거 3번 읽은 사람이면 다 친구한다고 한 것인지 알겠다. 펼치는 곳마다 서정적인 연애소설, 예리하게 인간 내면을 찌르는 의식소설, 혹은 사회소설이 된다.

내가 좋아하는 부류의 문장들이 정말 많다. 어느 페이지인지 계속 메모하다보니 짜증이 나서 그만뒀는데, 그러다보니 면역이 생긴건지 유명한 마지막 문단은 좀 오그라들어서 빨리 읽고 넘겼다. 아예 소설 자체가 싫어진 기분이 든 것 같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