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리타 -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05

롤리타, 내 삶의 빛, 내 몸의 불이여. 나의 죄, 나의 영혼이여. 롤-리-타. 혀끝이 입천장을 따라 세 걸음 걷다가 세 걸음째에 앞니를 가볍게 건드린다. 롤. 리. 타.

한편 악바리 험버트와 겁쟁이 험버트는 과연 험버트 험버트가 여자를 죽여야 하느냐, 남자를 죽여야 하느냐, 아니면 둘 다 죽일까, 둘 다 살릴까를 놓고 옥신각신했다.

아, 사춘기의 공원, 이끼 낀 나의 정원에 나를 그냥 내버려두라. 그들이 영원히 내 곁에서 뛰놀게 하라. 영영 자라지 말고.

롤리타는 험버거보다 햄버거를 더 좋아했다.

“나갈 수가 없구나, 찌르레기가 말했네.”

내 베게에서 그녀의 머리카락 냄새가 났다. 나는 어렴풋이 빛나는 연인을 향해 살금살금 전진하다가 그녀가 뒤척이는 듯싶거나 곧 뒤척일 듯한 기미가 보일 때마다 동작을 멈추거나 후퇴했다. ‘이상한 나라’에서 불어오는 산들바람이 내 사고력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마치 이 환상의 바람이 내 마음속에 잔물결을 일으킨 듯 모든 생각이 수면에 일렁이는 그림자처럼 비스듬히 기울어 이탤릭체로 변해갔다. 의식은 몇 번이나 엉뚱한 길로 접어들고, 멈칫거리는 육체는 잠의 세계로 까무룩하게 코를 골다가 퍼뜩 정신을 차리기도 했다. 자욱한 애정의 안개가 산더미 같은 갈망을 둘러쌌다.

누구나의 상상력은 돌로 만든 침대 위로 올라간다. 침대보다 작은 녀석은 손수 잡아당겨져 그만큼 얄팍해지고, 삐죽 튀어나온 발은 녹슨 도끼에 얻어터져 추잡한 단면을 드러낸다. 언젠가 누군가가 커다란 망치를 들고 돌덩이를 때려부수면, 자신들의 더러운 발끝이 거울에 비추어지면 다들 그제서야 부끄러움을 좀 느끼시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