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들의 사생활 - 이승우

 

문학동네 한국문학전집 007

‘신화들 속에서 나무들은 흔히 요정이 변신한 것으로 나온다. 요정들은 신들의 욕정과 탐욕을 피해 육체를 버리고 나무가 된다.’

“나무가 된 뒤에도 그들의 욕망과 사랑의 감정은 사라지지 않는다. 아니, 나무가 된 뒤에야 비로소 그들은 그들의 욕망과 사랑의 감정을 스스럼없이 표출할 수 있게 되었다. 나무가 됨으로써 그들은 사람으로 있을 때는 이룰 수 없었던 사랑을 이루었다.”

로맨스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이야말로 간사한 이들이 아닌가, 하고 생각할 때가 있다. 어지간하면 인기를 끄는 것이 로맨스 영화고 지천에 널린 것이 그 장르의 팬들이다. 각본의 낭만적 사랑에는 온 마음을 다해 감동하면서도 자신의 사랑에는 냉소적인 실용의 잣대를 들이대며 서로의 희생을 비교하며 쓸데없는 것으로 치부한다. 삶의 의미를 창출하는 가장 유력한 근원으로 평가받는 사랑이 무가치의 취급을 받는 것이, 실용이 시대가 가진 지배적 담론이기 때문이라고 보기엔 사람들이 냉소적 입장을 취함만으로 애초부터 너무나 만족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인풋 대비 아웃풋이 충분하지 않다는 것인가. 그 잣대가 고귀한 사랑보다 앞서 존재한다면 우리는 자아 실현의 욕망으로 존재하며 사랑은 그를 조금이라도 만족시켜 줄 도구일뿐이란 것인가. 혹은, 사랑이 가진 무형의 가치를 실용적 잣대로 평가해선 안되는 초월적 가치로 보며 그 울림만을 느끼는 선을 지키란 말인가.